중경삼림을 봤습니다. 그간 듣기만 들어왔지 본 적이 없는 수작이라 손을 대봤죠. 왕가위 감독이 세계적 주목을 받게끔 해준 작품으로 임청하, 금성무, 양조위, 왕정문 4명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사실 작품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이 영화를 봤는데 영화를 끝까지 본 후의 느낌은 '어렵다' 였습니다. 처음에는 두서없고 정신없이 나레이션을 통해 각 주인공들의 현재 심리 상황을 전해주는지라 몰입하기 쉽지 않았고, 스토리 윤곽이 잡혀갈때 즈음에는 이전에 스쳐지나간 장면 혹은 대사들 하나하나가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포기할 뻔도 했었습니다.(성격이 이런거 놓치면 첨부터 다시 보든가 안보든가 하는 주의라 ㅎㅎ)
영화는 각 주인공이 사랑과 이별에 대처하는, 극복해 나가는 방법을 인물 중심으로 풀어나갑니다. 각본이 훌륭하여 대사 하나하나 놓칠 것이 없고, 주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충분히 극에 몰입할수 있을 정도로 뛰어났고, 왕가위 감독의 영상미도 대단하였습니다.(칭찬 일색) 두가지의 스토리가 있는데 첫번째는 오렌지 가발을 쓴 여자(임청하)와 사복경찰 223(금성무)의 사랑, 두번째는 제복경찰 633(양조위)과 꿈꾸는 여자(왕정문;왕비)의 사랑이야기 입니다.
오렌지 가발을 쓴 여자 (임청하) - 마약 밀매상입니다. 밤이나 낮이나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고, 비가 오지 않음에도 항상 레인코트를 입고 다닙니다. 마약 밀매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중 동료의 배신으로 인해 5월 1일 이전에 동료를 찾아내지 못하면 목숨을 위협받게 되는 상황에 처합니다. 이때 바에서 금성무를 만나게 되고, 자신에게 접근하려는 금성무를 거부합니다. 끈덕지게 달라붙는 금성무와 702호에서 하루를 묵는데 매우 편한하게 잠듭니다.(아무 일도 없으니까 기대하지는 마센) 그리고 그녀의 목숨을 위협하던 외국인을 죽입니다.
"언제부턴가 나는 외출할 때 레인코트를 항상 입고 다닌다. 언제 비가 올지 언제 햇빛이 비출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사복경찰 223 (금성무) - 만우절에 장난처럼 헤어진 옛 애인을 잊지 못하고 그녀를 그리워하는 남자입니다. 자신의 삶에 오직 그녀만을 두었던지라 이별후에 계속하여 그녀에게 연락을 합니다. 자신의 생일인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만우절 이후 모으는데(그녀가 가장 좋아하던게 파인애플입니다.) 자신의 생일까지 연락이 없다면 이별하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여기저기 다른 여자에게 연락해보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혼자 찾아간 바에서 처음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임청하를 만나서 작업을 합니다. 그녀와 하루를 보낸 후 그는 이별의 상징인 조깅을 합니다.(처음에 조깅은 혼자하는 것이라며 싫어하다가 이별후에 조깅을 합니다.) 그리고 호출기를 버리고 떠나려는데 임청하로부터 생일축하 메시지를 받습니다.(메시지 발신인이 '702호로부터'입니다.) 그리고 그녀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하죠.
"실연으로 낙담에 빠질때가 있다. 가슴이 아프면 난 조깅을 한다. 조깅을 하면 몸 속의 수분이 빠져나간다.그러면 더이상 눈물이 나지 않는다."
"(생일축하메시지를 받고 난 후)기억이 통조림이라면 유통기한이 만년이었으면 좋겠어."
첫번째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첫번째 이야기서는 유난히 유통기한<< 에 대한 것들이 많은데요...임청하의 살해위협 날짜...금성무의 생일(이별을 준비하는), 통조림의 유통기한....이것들은 당시 홍콩의 중국반환과 맞물리는 상황을 표현했다고 하네요. 반환일(5월1일)이전까지의 금성무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통조림을 모으면서 하는 점원과의 대화("통조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해보셨어요? 기한이 다 되었다고 그렇게 다 버리는게 어딨습니까 아직 2시간이나 남았잖아요"..."나는 과정은 상관없어요. 팔기만 하면 되지. 차라리 유통기한이 무한이었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나도 일 덜하게"). 그리고 반환일후 새출발을 다짐하는 금성무와, 외국인을 죽이는 임청하. 여기서 외국인은 영국을 뜻한다고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실제 홍콩의 반환일은 7월 1일이라 7월 2일이 홍콩으로선 생일로 볼 수 있는 날이라고 하네요.
꿈꾸는 여자 (왕정문;왕비) - 캘리포니아에 가고 싶어하는 꿈을 가지고 돈을 모으는 여자입니다. 자신의 사촌 오빠 가게에서 알바를 하는데 양조위를 만나 호감을 느낍니다. 항상 California Dreams를 크게 틀어놓고 일을 하죠. 양조위의 이별을 옆에서 보고 그녀가 남긴 편지를 몰래 보는 등 접근합니다. 그리고 집 열쇠를 얻고 몰래 양조위의 집에 들어가죠. 가서 그의 집을 몰래 꾸며줍니다. 청소도하고 시트도 갈고....등등등. 양조위에게서 이전 여자친구의 흔적을 모두 지워버리고자, 그리고 자신만의 것을 남기고자 모두 다 바꿉니다. 나중엔 양조위에게 걸리죠... 후에 새로운 사랑을 결심한 양조위가 캘리포니아(술집)서 8시에 보자고 하지만...그녀는 진짜 캘리포니아로 갑니다. 양조위에 대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1년의 시간을 두고 보자고 말이죠. 그리고 1년후 둘은 다시 만납니다.
"발이 떨어지지 않아요"
제복경찰 633 (양조위) - 스튜어디스였던 애인과 헤어지고 힘들어합니다. 그의 집안은 온통 그녀의 흔적만이 있는 물건투성이죠. 그는 그녀와의 이별후 그녀와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그렇지만 정작 실제로 그녀가 남긴 물건들 자체에는 관심이 없죠. 욍정문이 자신의 집을 치우고, 물건들을 모두 다른 것으로 바꿔 놓는데도 그것이 바뀐 것인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특히 캘리포니아 드림을 전 여자친구가 선물로 줬다면서 틀기도 하지요.(그건 왕정문이 바꿔 놓은 것으로 양조위는 그 시디를 받았다는 것만 알뿐 내용은 기억도 못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갈수록 이전 그녀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을 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항상 주위에 있던 것들이 미묘하게(사실은 무척인데!!) 다르다는 것을 느끼죠. 그리고 대청소를 하며 그녀를 지웁니다. 새로운 사랑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왕정문을 찾아가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그런데 그녀는 편지만을 남기고 떠나죠. 양조위는 이전 여친이 남긴 편지도 이별을 예감하여 읽지 않습니다. 이것또한 읽지 않고 버리죠....그런데 이 비에 젖어버린 편지는 다시 주워서 읽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기다리지요.
"수건이 울면 기분이 좋아진다.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역시 감정이 풍부한 수건이다."(양조위는 이전 여친과의 이별후에 다 떨어진 수건이 젖어서 물이 떨어지는 걸 보고 수건이 운다고 표현합니다. 후에 왕정문이 새수건으로 바꿔 놓은걸 모르고 수건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하는 대사입니다.--너덜너덜하든 새것이든 나는 나야..)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도 있다"(왕정문이 남긴 편지를 읽어보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어디든지, 니가 원하는 곳으로"(왕정문이 남긴 편지는 휴지에 그린 비행기표입니다. 이것을 1년후에 만나서 다시 그려달라고 하면서 왕정문이 어디로 가길 원하세요 라고 묻자)
두 번째 사랑이야기는 좀 유쾌합니다. 왕정문의 캐릭터가 매우 밝고 명랑하며 소녀 같기 때문이기도 하고, 진중한 캐릭터인 경찰 633이 어떻게 보면 좀 덜 떨어져보여서 만화같은 설정장면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죠 ㅎ 자기가 짝사랑하는 사람의 이별 과정을 옆에서 다 훔쳐보고, 그의 집(이전 여인과의 추억뿐인 양조위 자체라고 봐도 될듯)에 몰래 들어가서 그녀와의 추억을 하나둘 없애고 자신의 색깔로 바꿔버리는 왕정문. 사실 이건 좀 위험하죠 ㅋㅋ 가택 칩입에 절도에 ㅋㅋㅋㅋ 강아지 인형에, 자기가 오래동안 써서 닳아 얇아진 비누에, 다 떨어지고 헤어진 수건을 보고 추억에 잠겨 대화하던 양가위가 전혀다른 호랑이 인형과 새비누 새수건을 보고도 바뀐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웃기구요 ㅎ 캘리포니아서 실연을 겪고 찾아간 편의점서 옛 여인을 만나서 서로 쿨하게 헤어지고 나서의 양가위의 미소 ㅎㄷㄷㄷㄷ(양가위는 눈빛하나만으로도 모든 감정이 나오는거 같어 ㅠㅠ 씨익 웃는것도 완전)
아.....너무 쓸게 많네요.....이밖에 감정표현이나 혼란스러움을 표현한 촬영기법등....정말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내용 또한 심오하죠. 사랑하는 자세 이별하는 자세..거기에 임청하의 은퇴전 마지막 작품이라는거, 금성무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거, 왕비의 톡톡튀는 귀여움을 볼수 있다는거...양조위는 말 다했음 (최고십니다!)....정말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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